Writing/삶에 대한 생각

나의 인생 교과서 연대기

행복한 시지프 2025. 10. 13. 00:05

여러분들의 인생 교과서는 무엇인가요? 지금 당신에게 가장 많은 배움을 주는 책은 무엇인가요? 저에게는 “이기적 유전자” 입니다. 문득 제 인생의 교과서 이력을 돌아보았습니다. 한때는 “여덟단어” 였다가, “데미안” 이었다가, “인간의 굴레에서” 였다가, “시지프 신화” 였다가, “이기적 유전자” 까지 왔습니다.

 

학창 시절에 한 학기마다 교과서가 바뀌듯, 인생의 교과서가 바뀌는 것은 자연스럽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히려 바뀌는 것이 참 의미 있다고 느껴지기도 합니다. 누군가 계속해서 중학교 1학년 교과서만 보고 있다면, 그것대로 경직된 인생일 것입니다.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제가 말한 과거의 발언이 의심되었기 때문입니다. 제가 과거에 연애의 교과서라고 하며 즐겨 추천해 왔던 책이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입니다. 최근 들어 “행복한 커플은 어떻게 싸우는가 (Fight Right)” 책을 읽으면서, 교과서가 대체될 위기에 처했습니다. 과거의 경험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를 내 교과서로 삼겠다고 말했던 그때가요.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고민하면서, 지금의 생각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교과서는 변해야 합니다. 내 지식이 깊어짐에 따라, 내 경험이 넓어짐에 따라, 내 철학이 확고해짐에 따라. 그때 그 시절, 각자의 수준에 맞는 교과서가 있는 것입니다. 중학교 1학년 때는 일차 방정식을 배워야 하고, 중학교 2학년 때는 연립 방정식을 배워야 합니다. 그것처럼 자신에게 맞는 책이 변하는 것도 당연합니다. 중요한 건 멈추지 않고, 고이지 않는 것입니다.

 

새로운 지식이, 과거의 지식을 대체한다고 한들, 과거의 지식이 무의미해지는 것도 아닙니다. 연립 방정식을 배웠기 때문에, 미분을 더 잘 해낼 수 있는 것입니다. 과거의 저를 우습게 보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때는 그것이 내가 배울 수 있는 최대 지식이었고, comfort zone을 조금 벗어난, 최적 난이도의 내용이었던 것입니다. 그것 없이 단번에 점프해 낼 순 없습니다.

 

22살에 알랭 드 보통의 “불안”을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책이 너무 어려워서, 50페이지도 채 읽지 않고 포기했던 기억이 납니다. 내용이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28살에 다시 그 책을 들었습니다. 이번엔 되려 너무 쉽게 느껴졌습니다. 이미 그동안, 실존주의, 현대철학, 심리학 등 다양한 분야를 접하며 비슷한 내용을 수도 없이 읽으며 수련해왔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현재의 자신에게 가장 적절한 책이 있을 뿐입니다.

앞으로도 교과서가 많이 대체될 것입니다. 저는 그간 섬겨왔던 모든 경험, 지식, 책, 사람을 존경하면서, 앞으로 나아갈 것입니다. 변화를 즐거이 맞이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