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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자일(Agile)에 대한 찬가

행복한 시지프 2025. 11. 2. 23:46

 

나는 애자일이 너무 좋다. 내가 IT 업계에 남아있고 싶은 이유는 바로 애자일 때문이다. 애자일(Agile)은 보통 기민한 제품 개발 방법론을 칭한다. 나는 이것을 삶의 개념으로 확장하곤 했다. 이후에 김창준님의 함께 자라기 책을 읽었다. 그는 애자일을 단순히 제품 개발 방법론으로 보지 않고, 삶에 대한 자세와 사고방식 그 자체로 바라보았다. 불확실한 세계에서, 기민하게 대응해나가는 과정 자체를 애자일로 보았다.

 

나는 지금 애자일을 삶의 자세로 받아들이고 있다. 애자일을 이해하면, 삶의 많은 부분이 쉬워지기 때문이다. 그것은 바로 애자일의 본질이, 삶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내가 왜 애자일을 사랑하는지 5가지 이유로 적어보려고 한다.

 

1. 인생을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애자일의 전제는 불확실성이다. 앞으로 일어날 일이 확실하다면, 애자일 방법론을 채택할 필요가 없다. 앞으로 일어날 일을 모두 계획하고, 그것대로 한단계씩 실행하면 된다. 불확실한 상황에서 고정된 계획은 중요하지 않다. 1가지를 수행하고 나면, 이후의 모든 일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1단계에서 성공하리라 생각했는데, 그것이 실패한다면, 뒤의 모든 순서가 달라질 것이다. 그래서 애자일은, 미래를 예측하는 순서를 제안하지 않는다. 지금 가장 중요한 것 1가지를 먼저 수행하고, 그에 맞게 기민하게 대응하길 기대한다.

 

스타트업은 실제로 이렇게 일한다. 불확실한 시장에서 균열을 내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한번에 큰 제품을 출시하는게 아니라, 작지만 핵심을 담은 제품 1가지를 빠르게 시도해본다. 이게 MVP(Minimum Viable Product) 이다.

 

2. 피드백을 중시하기 때문이다.

 

애자일은 피드백을 중시한다. 불확실한 상황에서는, 고정된 순서대로 행동하면 안 된다. 중요한 한가지 일을 먼저 수행하고, 피드백을 받고, 다음 태스크를 설계하는 편이 좋다. 여기서 피드백 과정이 없다면, 후에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없다. 피드백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제품 회고, 팀 회고, 개인 피드백 등이 있다. 여러 측면에서, 회고(retrospect)하고, 피드백을 받으며, 기민하게 적응해간다. 

 

나는 이게 정말 멋지다고 생각한다. 이건 고이지 않겠다는 의지이다. 유독 소프트웨어 분야에서는 나이가 많지만, 꼰대라 불리지 않고, 존경할 만한 사람이 많은 것 같다. 20대와 50대가 허울 없이, 수평적으로 대화하는 경우가 많다. 그건 회고와 피드백을 통해 메타인지를 높였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신체는 나이들어 가지만, 정신은 늙어가지 않는 것이다.

 

3. 작은 시도를 권장하기 때문이다.

 

애자일은 작은 시도를 권장한다. 불확실한 상황에서 크게 시도하는 것은 리스크가 크다. 이 행동이 좋은 결과로 이어질지 알 수 없는데, 큰 비용을 투자하는 것은 비합리적이다. 일단 작지만, 핵심적인 행동을 실험하고, 그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지 확인해야 한다. 그게 예측과 맞다면, 이후에 큰 비용을 투자하는 것이다. 이것은 피드백을 받아야만 가능한 일이다.

 

이게 나의 삶의 태도에 엄청나게 큰 영향을 주었다. 컴퓨터공학과 복수전공을 하고 싶다고 생각하자. 그렇다고 첫 학기에 21학점을 컴퓨터공학 수업으로만 채우면, 어떻겠는가? 그 학기를 모조리 날려버릴 수도 있다. 일단 6학점 정도 들어보는 것이다. 이때 컴퓨터공학의 가장 핵심적인 과목들로 골라야 한다. 2과목을 듣는 것만으로, 컴퓨터공학의 전반을 대표할 수 있어야 한다. 그 2과목을 듣고, 여전히 흥미가 있고 적성에 맞다면, 그 다음부터 21학점을 들어볼 수 있다.

 

4. 핵심을 바로 꿰뚫기 때문이다. 

 

애자일은 단순히 작게 시도하는 것이 아니다. 1단계를 억지로 10단계로 쪼개서 하나씩, 순차적으로 행동하라는 것이 아니다. 하나를 수행하는게, 전체를 수행하는 것과 크게 다를 바 없으며, 그 하나가 완수되면 그 이후의 모든 것이 쉬워지는, 그것 하나를 고르라고 한다. 그게 바로 핵심 행동이다.

 

운동으로 몸을 키워서 바디 프로필을 찍어야 한다고 하자. 거기까지 가는 여러 단계가 있을 것이다. 벤치 프레스를 알아야 하고, 스쿼트를 알아야 하고, 식단 관리도 알아야 한다. 그 중에서 무엇을 하나 하면, 그 이후의 모든 것이 쉬워질까. 나에게 정답은 PT 를 끊는 것이다. PT 를 끊으면 뒤의 모든 것이 자연스레 해결될 것이다.

 

5. 사람을 중시하기 때문이다.

 

애자일은 고객을 중시하고, 함께 협업하는 동료를 중시한다. 애자일 원칙 중에서 사람과 관련된 원칙이 많다. “고객 만족을 최우선으로”, ”업무 담당자와 개발자는 매일 협력한다”, “직접 대화가 가장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이다” 등이 있다. 더 능동적으로 협업하며 문제를 풀고, 그게 사람들에게 어떤 가치를 전달하는가를 계속 생각한다. 이런 점에서 애자일은 너무나 인간적이고, 멋진 철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