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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나의 생각, 나의 삶

토스 & 우아한형제들 합격, 회사 선택 이유와 앞으로의 목표

서언

안녕하세요. 이번에 신입 프론트엔드 개발자 채용을 거쳐 토스(코어)와 우아한형제들에 합격했습니다.

프론트엔드 개발자로서 두 회사 모두 객관적으로 너무나 좋은 회사들이고, 저에게 과분한 기회가 찾아왔다고 생각합니다. 둘 다 엄청나게 가고 싶은 회사였기 때문에, 하나를 놓는다는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이 글은 회사의 우열을 따지지 않으며, 저의 주관적인 선택 과정을 담습니다. 내적으로 이미 정했지만, 스스로 합리화하지 않으면 아쉬움이 떠나가지 않을 것 같아 명문화해 봅니다.

외부적인 기준을 비교하는 과정

저는 회사에 다녀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선택이 특히나 어려웠습니다. 처음에 두 회사를 두고 외부적인 기준을 비교했습니다. 지인들에게서 이 회사는 이래서 좋더라, 저 회사는 저래서 좋더라 하는 이야기들을 듣다보니 자연스럽게 외부 조건들을 비교하게 되었습니다. 세부적인 조건은 공개하기 조심스러우므로 생략하도록 하겠습니다.

 

둘 다 만족스러운 조건에, 좋은 회사 문화, 구성원의 높은 회사 만족도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우형이 좋은 이유가 명확하고, 토스가 좋은 이유가 명확했습니다. 외부적인 조건을 비교하여 선택하기란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그러므로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어야 했습니다.

내면의 기준을 비교하는 과정

스스로에게 많은 질문을 해보았습니다.

 

“회사라는 베일을 벗겨내고 나만 남아있다고 했을 때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저는 도전하며 살아가고 싶습니다. 도전의 방식은 다양합니다. 창업을 통해서도 좋고, 해외 개발자로 도전하는 방향도 생각 중입니다. 프론트엔드 개발자로 이 생태계에 영향을 주는 일도 생각 중입니다. 유튜브를 한다거나, 강의를 찍는다거나, 컨퍼런스에 참여한다거나 하는 일을 통해서 말입니다. 기획자라는 전혀 다른 길도 생각 중입니다.

한없이 주체적인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프론트엔드, 기획 뿐만 아니라, 인생 전방위적으로 극도의 주체성을 가지고 싶습니다.

 

도전과 주체성을 발휘하는 구체화된 행동 예시를 생각해보면,

  • “이 프로덕트 재밌을 것 같다” → 주체적인 시장 조사 → 도전. 린하게 만들어보기 → 유저 반응을 능동적으로 확인 → 스스로 지속해야할 지 판단하기
  • “해외에서 살아보고 싶다” → 해외 기업 조사 → 지역/회사 선택 → 이력서 돌리기 → 필요하다면 언어 공부 → 비행기/숙소 등 해결

이런 사례들이 떠오릅니다. 제가 추구하는 것은 적절한 무모함(도전)과 주체성입니다.

 

“그러면 어떤 역량을 키우고 싶은가?”

 

도전 역량과 주체성을 키우고 싶습니다. “도전”과 “주체성”은 자세히 들어다보면 추상적인 역량입니다. “도전하는 사람이 되어야지!” 라고 해서 도전하는 사람이 되지 않습니다. 주변 환경, 도전해본 경험, 실패해본 경험을 축적해야 도전할 수 있습니다. 무언가 시도해보고 싶다고 했을 때, 주변에 만류하는 부류, 왜 안 되는지 이야기하는 부류, 현실적인 이야기를 하는 부류의 사람이 적어야 도전할 수 있습니다. 이를 꺾어내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반면에 아무렇지 않게 시도하는 부류,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부류의 사람이 주변에 많다면 도전이 당연한 행동이 됩니다.

 

주체성도 마찬가지의 이야기입니다. “주체적인 사람이 되어야지!”는 아무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주체적일 수 있는 환경이 주어지고, 주체적으로 선택하여 이루어본 경험, 주체적으로 선택하여 실패해본 경험이 축적되어야 합니다. 나에게 책임이 주어지고, 자율성이 주어지는 환경에 있어야 합니다. 이 환경 속에서 주체적으로 선택해본 경험을 쌓아야 합니다. 이런 기준에 따라 행동해보니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더라, 저런 기준에 따라 행동해보니 아쉬운 결과를 내더라, 하는 경험을 하며 판단 기준을 수정해나갈 수 있어야 합니다.

 

제가 현재 주체적이고 도전적인 사람이라고 이야기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저는 꼭 그런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주체적이지 못 하고, 도전하지 않았던 뼈아픈 과거가 스쳐지나갑니다. 다시는 그런 삶을 살고 싶지 않습니다.

 

추가로 최근에 큰 돈을 벌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이는 큰 임팩트를 통해서 이룰 수가 있겠죠. 그러면 결국 창업 역량을 키워야 합니다. 창업 역량에는 도전적인 자세,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 비즈니스에 대한 이해, 주체성 등을 포함합니다.

 

“그러면 어떤 집단에 가고 싶은가?”

 

높은 주체성을 가진 집단, 아무렇지 않게 도전할 수 있는 집단, 도전이 문화인 집단에 가고 싶습니다.

개발자로서 창업 역량을 키울 수 있는 집단에 가고 싶습니다. 새로운 프로덕트를 많이 만들어내는 집단. 개발 외적인 부분도 고려하여 프로덕트를 창조할 수 있는 집단. 즉, 목적조직 하에서 오너십을 가지고 프로덕트를 만들 수 있는 집단.

 

“그러면 우아한형제들과 토스 중에 어디로 가야할까?”

 

제가 목표로 한 바를 이루기에 토스가 더 적합하다고 생각합니다. 토스는 “Courage to fail fast”, “Focus on impact” 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임팩트를 만들기 위해 도전의 횟수를 늘리고, 빠르게 실패하고, 피드백을 받으며 마켓핏을 조정해나갑니다. 이를 작은 스타트업 형태의 목적조직(사일로)으로 운영하기 때문에, 누구나 오너십을 가지고 제안을 할 수 있습니다. 도전하는 문화가 기반이 되기 때문에 공격적으로 도전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토스에는 DRI(Directive Responsible Individual) 라는 개념이 강조됩니다. 이는 애플의 스티브 잡스가 제시한 개념입니다. 모든 구성원이 직접적으로 책임을 가지고 결정할 수 있는 개인이라는 말입니다. 즉, 최종의사결정자 라는 것입니다. 토스에서는 이를 위해서 모든 정보를 제공합니다. 의사결정을 위해서는 모두가 동일한 정보를 가지고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한 쪽이 우위의 정보를 가지고 있는 일반적인 대기업의 경우, 윗사람이 결정권자인 것이 당연한 것이죠. 이처럼 토스는 모든 정보, 모든 주체성을 개인에게 부여하고, 개인을 신뢰합니다. 지금 가지고 있는 주체성을 더욱 성장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제가 원하는 역량을 더 잘 성장시킬 수 있는 곳은 토스라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므로 저는 아쉬움을 뒤로 하고, 토스팀에 합류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선택에 대한 나의 철학

양갈래길에서 결정해야할 때, 한 가지 선택밖에 할 수 없고 한 가지 인생밖에 살 수 없습니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에서 이와 같은 구절이 나옵니다.

 

“도무지 비교할 길이 없으니 어느쪽 결정이 좋을지 확인할 길도 없다. 모든 것이 일순간, 난생 처음, 준비도 없이 닥친 것이다. 마치 한번도 리허설을 하지 않고 무대에 오른 배우처럼”

 

우리는 가능성의 왕국에 살지만, 우린 결국 하나의 가능성을 택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 사실을 안다고 해서 선택하지 못한 가능성에 대한 아쉬움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사실 이 선택을 하고도 우아한형제들을 뒤로 하고 발걸음을 떼는 것이 너무 어려웠습니다.

 

제가 과거부터 선택 이후 돌아보지 않기 위해 외치는 주문이 한 가지 있습니다. 이는 <여덟단어> 에서 나오는 구절인데요.

 

“완벽한 선택은 없습니다. 옳은 선택은 없는 겁니다. 선택을 하고 옳게 만드는 과정이 있을 뿐입니다.”

 

선택이 그 자체로 중요하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지만, 이는 우연의 영역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미래를 추측할 뿐이고, 그 미래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정확히 파악할 수 없습니다. 제가 위에서 언급한 회사의 풍경도 단지 추측일 뿐이니까요. 그렇다면 확실한 한가지는 자신의 행동입니다. 자기의지를 통해, 선택 이후의 삶을 옳게 만드는 것입니다. 한번의 선택이 인생을 바꾸지 못 합니다. 그 이후의 행동들이 인생을 바꾸는 것입니다.

 

첫 회사이기 때문에 이 결정이 만들어낼 파급력이 크다고 생각하여 더 결정하기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두 개의 좋은 회사에 합류할 기회가 주어진 이상, 이 선택의 영향은 크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이렇게 생각하고 나니 가볍게 하나를 두고 여행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토스에서 이루고 싶은 것

이 글에서 방점을 찍어야 한다면, “선택 과정”이 아니라 “선택 이후의 삶” 입니다. 여기서는 선택 이후에 이루고 싶은 것에 대해서 논해보겠습니다.

  • 주체적으로, 책임감을 가지고 프론트엔드 업무를 맡는 것. 어떤 것이든 빠르고 정확하게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질 수 있도록.
  • 기획적인 인사이트 얻기. 맡은 프로젝트를 개발뿐만 아니라 기획적으로도 분석하는 과정을 거쳐보기. 기획 책을 많이 읽어보자
  • 빠르게 도전하고, 빠르게 실패할 수 있는 성미를 키우기
  • 조직의 심리적 안정감을 어떻게 형성되는가? 에 대해 탐구하기
  • 동료와 Radical Candor(극단적인 솔직함)을 이루어보기

마치며

경제학도에서 프론트엔드 개발자까지 약 2년의 시간이 걸렸습니다. 과분한 기회가 왔고, 행복한 고민이라지만 선택 과정이 그만큼 힘들기도 했습니다. 이 고민과 선택을 통해 한층 더 성숙해졌다고 생각합니다. 돌아보면 아무래도 삶은 한 순간에 결정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경제학과로 진학했지만 당시로서 생각치도 못한 일을 하게 된 것처럼요. 지금 이 선택도 당연히 근본적으로 저를 바꾸지는 못할 것입니다. 이후의 수많은 결정과 행동만이 삶을 바꿀 수 있을 것입니다. 역사의 방향성은 절대로 한순간에 꺾이지 않습니다.

 

여러 행운이 따랐고, 행운을 잡으려는 노력을 많이 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여기까지 온 것에 대하여 행운이라고 표현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저에게 행운이 찾아왔을 때, 그것이 내것이 되도록 만들었고, 이를 넘어 이 행운의 결과를 극대화하려고 했습니다. 

 

이번에 찾아온 기회도 최선을 다해서 잡을 것이고, 결과를 극대화 해내려고 합니다. 앞으로도 지켜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여기에 오기까지 도움을 주신 많은 지인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씀 전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