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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나의 생각, 나의 삶

네 석공 이야기

탈무드에 나오는 세 석공 이야기가 있다. 어느 날, 세 석공이 공사장에서 열심히 돌을 다듬고 있었다. 지나가던 노인이 그들에게 왜 일을 하느냐고 물었다. 첫 번째 석공은 한숨을 내쉬며 죽지 못해 일한다고 하였다. 두 번째 석공은 가족의 생계를 위해 일한다고 하였다. 세 번째 석공은 웃으면서, 아름다운 성당을 짓기 위해 즐겁게 일한다고 하였다.

 

이 이야기는 일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의 중요성을 시사하는 소재로 자주 사용된다. 하지만 과연 일에 의미를 부여하는 자가, 가장 일을 즐기는 사람일까? 나는 지극히 세 번째 석공 부류의 인간이다. 일에 큰 의미를 부여한다. 진로를 탐색할 때도 의미에 이끌려서 이리저리 찾아다녔다. 나에게 가장 큰 의미는 선한 영향력이었다. 그렇지만 내가 동료들 사이에서 가장 일을 즐기는 사람이냐고 하면, 그렇지 않았다. 되려 의미에만 미쳐있으면, 일을 즐기기 굉장히 어렵다는 것을 느꼈다.

 

세 번째 석공은 아름다운 성당을 짓는 게 삶의 의미이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건물에 필요한 수만 개의 벽돌 중 몇 개를 만드는 것이다. 과연 그는 석공으로서 일을 계속 즐길 수 있을까? 석공으로서 일하는데, 자신이 짓는 건물이 아름다운 성당이 아니라면? 옆에 있는 성당과 똑같이 생긴 성당을 또 지어야 한다면? 이슬람 사원을 지어야 한다면? 또는 나이트클럽이라면? 그이는 석공으로서 일해야 하는 이유는 하나도 없어진다. 자신은 아무 의미 없는 사람이 되어 버린다. 뙤약볕 아래에서 돌을 다듬고 있는 그이만큼 불행할 수는 없을 것이다. 사실 첫 번째 석공의 꿈이 아름다운 이슬람 사원을 짓는 것이었을 수 있다.

 

즉, 의미만으로 일을 즐기기에는 충분하지 않다. 그러므로 우리는 네 번째 석공을 떠올려야만 한다. 일을 진정 즐기는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 그들은 바로 현재에 몰입하는 사람들이다. 눈앞에 있는 문제를 풀기 위해 노력하고, 탐구하고, 한 단계 더 나아가려고 하고, 도전하는 자들이 진실로 일을 즐기고 있었다. 그들에겐, 결과물이 중요하지 않다. 열심히 돌을 다듬은 결과로 지어진 건물이, 아름다운 성당이든, 나이트클럽이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자기 육체로, 돌을 다듬어내고, 창조해 내고, 더 잘 깎기 위해 노력하는 순간이 중요한 것이다.

 

그렇다고 탈무드의 세 석공 이야기가 의미가 없냐고 하면, 그것은 아니다. 우리는 네 석공에게서 각자의 의미를 도출할 수 있어야 한다. 일에 의미를 가지는 것과, 일 자체에 몰입하는 것은 역할이 다르다. 의미를 가지는 것은, 우리로 하여금 멀리 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일을 하다 보면 재밌는 순간도 있고, 재미없는 순간도 있다. 의미는 하나의 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한다. 또는 슬럼프에 빠져 삶이 무의미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이때 의미는 우리를 일으켜 세워준다. 암흑에서부터 우리를 구출해 준다. 하지만 의미란 너무 멀리 있다. 의미가 완성되기 위해서, 하루하루를 성실히 살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의미에 도달하기 위해서 한 발짝씩 꾸준히 걸어가야 한다. 그것이 바로, 일 자체에 몰입하는 것의 의미이다. 순간의 창조에 집중하고, 눈앞의 문제를 풀고, 한 단계씩 성장하기 위해 노력하며 즐길 수 있어야 한다.

 

세 석공 이야기를 통해 의미의 중요성을 배우는 것은 가치 있다. 하지만 우리는 돌을 다듬는 것에 온전히 집중하느라, 행인의 질문을 듣지 못했던 네 번째 석공을 마음속에 그려보지 않으면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