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입식 교육을 비판하는 것은 참 흔한 이야기 입니다. 대한민국 국민이면 대부분이 공감할 주제이지요. 그러면 대안은 무엇일까요? 저도 주입식 교육 방식에 싫증이 났고 비판적이었으면서, 대안을 상세히 떠올려 보지는 않았습니다. 지식을 주입하지 않고서 도대체 어떻게 교육을 할 수 있을까요? 우아한테크코스 개발 코치로 일하면서 느낀 몇 가지를 써보려고 합니다.
우리나라 고등학생의 학습 수준은 어느 나라보다 뛰어납니다. 고등학생이 미적분과 벡터 문제까지 풀어낼 수 있습니다. 올림피아드 상을 휩쓸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성인기로 갈수록 경쟁력이 줄어듭니다. 축구선수도 마찬가지이고, 음악 분야도 마찬가지 입니다. 이는 모두 주입식 교육 방식에서 기인하는 것 같습니다.
예시를 들어보죠. 학생이 오늘 하루 수학을 잘 해내려면, 어떻게 가르치면 될까요? 가장 많은 지식을 주입시키면 되겠지요. 반면, 학생이 10년 후에 수학을 잘 해내려면, 어떻게 가르쳐야 할까요? 오늘 하루 많은 지식을 붓는다고 하여, 10년 후 수학 역량을 보장하기 어렵습니다. 주입된 지식은 휘발됩니다. 그리고 다른 개념과 연결되지 않습니다. 이게 주입식 교육의 문제입니다. 10년후 잘 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차근히 학습해가야 합니다. 지식을 단순히 소비해버리는게 아니라, 한 단계씩 스스로 도출할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합니다.
10년 후를 바라본다는 것은, 문제를 지식만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때를 상정하는 것입니다. 대학만 오더라도, 지식으로 문제를 풀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지식은 도구에 불과하고, 지식을 활용해서 현실의 문제를 풀어야 합니다. 현실의 문제는 복잡하고, 풀리지 않았기 때문에 문제로 남아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지금 어떻게 배워야 할까요? 학습자의 현재 지식 수준을 i 라고 했을 때, i+1 영역의 문제를 스스로 헤쳐 나가도록 도와줍니다. 해당 학문에서 i+1000 수준의 문제까지 풀렸다고 하더라도, i+1 지식 정도는 가벼운 검색으로 파악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i+1 문제를 스스로 풀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i+2, i+3,… 1000개의 문제를 스스로 헤쳐나가다보면, i+1001 의 문제도 풀 수 있을 것입니다.
학생 입장에서는 한번에 i+100 의 지식을 얻고 싶은 유혹을 참기 어려울 것입니다. 코치는 또한 한번에 i+100 의 지식을 가르치고 싶은 유혹을 참기 어려울 것입니다. 학생은 호기심과 인내심을 가져야 하고, 코치는 학습 원리에 대한 이해와 설계가 필요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저는 “오늘은 객체지향 설계 원칙을 배워볼게요” 로 시작하는 수업을 하지 않습니다. 일명, 개념 중심 수업입니다. 갑자기 대뜸 i+100 을 들이미는 수업입니다. 그걸 왜 배워야 하는 지도 모른 채로요. 물론, 코치는 이걸 왜 배워야 하는지 설명해 냅니다. 다르게 말하면, 왜 배워야 하는지 주입시킵니다. 하지만 학습 동기를 설명하는 것만으로 주입식 교육 방식에서 벗어났다고 착각해서는 안 됩니다. 학습 동기도 주입시키는 것에 불과한 것입니다.
그러면 어떻게 수업해야 할까요? 어찌보면 질문부터 잘못되었습니다. 이는 수업만으로 해결할 수 없습니다. 수업 이전에 실제 문제를 마주하도록 해야 합니다. 과제나 프로젝트에서 문제를 풀어보며, 코드가 복잡해지는 현상을 경험합니다.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여러 시도를 해보도록 유도합니다. 그리고 수업 시간에 와서, 각자 어떤 문제를 마주했고, 어떻게 해소하려고 했는지 토론합니다. 그리고 우리만의 설계 원칙을 한번 도출해봅니다. 그리고 드디어 객체지향 설계 원칙 이라는 이론을 제시합니다. 우리와 똑같은 고민을 선대 개발자들이 해왔다고 하면서요. 그러면 학생들이 그토록 찾고 싶었던 오아시스를 발견합니다. 그 기술이 우연히 나온 것이 아니라, 필연적으로 도출될 수밖에 없음을 이해하면서 말이죠.
이렇게 학습하면 여러 장점이 있습니다. 첫 번째로 학습자가 배우는 재미가 있습니다. 실제 문제를 경험하면서, 필요성을 느끼고 학습하기 때문에, 이는 더 이상 ‘공부’ 가 아닙니다. 문제를 풀기 위한 무기를 하나 얻는 것입니다. 두 번째로 문제 해결 역량이 업그레이드 됩니다. 이미 증명된 이론을, 배우지 않고 스스로 도출하려고 시도해보면서, 문제 푸는 과정을 직접적으로 경험합니다. 이후에, 증명되지 않은 복잡한 문제를 마주했을 때, 스스로 풀어나갈 힘이 길러집니다. 이것이 10년 이후에도 훌륭한 역량을 가진 사람으로 설 수 있게 도와줍니다. 10년 후부터는, 풀리지 않는 문제만 풀어야 하니까요. 세 번째로 기억에 오래 남습니다. 객체지향 설계 원칙이라는 이야기를 갑자기 들으면, 이렇게나 뚱딴지 같은 이야기가 없습니다. SOLID 라는 5가지 원칙이 갑자기 왜 나오는건지, 각각은 또 용어가 왜 이렇게나 어려운지, 기억에 남지 않습니다. 내 경험과 시냅스로 연결되지 않기 때문이죠. 문제를 기반으로 학습한다면, 나의 경험과 자연스레 연결되기 때문에 뇌는 이를 쉽게 기억해 냅니다. 억지로 외우려 하지 않아도, 뇌리에 강하게 남습니다.
문제 중심 교육이 왜 우수한지, 뒷받침 되는 사례가 있습니다. 웨스턴 리저브 대학교에서 의과대학 교육 개혁이 있었습니다. 원래 의대 입학 시, 2년간 강의를 배우고, 2년간 실습을 나갔습니다. 이것이 문제라고 생각하여, 입학 첫해부터 환자와 가까이 하도록 과정을 설계했습니다. 문제를 먼저 경험하고, 이론을 배우게 만든 것이지요. 그러고나니 학습 동기가 오르고, 최종적으로 국가고시 점수도 1표준편차 이상 높았습니다.
우아한테크코스도 주입식 교육을 지양하고, 현장형/경험형 교육을 지향합니다. 일주일에 수업이 많아야 3시간도 되지 않습니다. 나머지는 스스로 학습하고, 문제를 경험하게 만듭니다. 진짜 학습이 일어나도록 합니다. 아직 우아한테크코스가 10년이 되지는 않아서, 우아한테크코스에서 학습한 경험이 생애에 걸쳐서 영향을 미칠지는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주변에서 이런 얘기를 많이 듣습니다. 우아한테크코스에서 학습한 것으로 밥 벌어 먹고 살고 있다고요. 그런 경험을 줄 수 있는 교육기관에 있다는 것이 너무나 영광이고 즐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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