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ing/삶에 대한 생각

토스 입사 후 7주간의 생활과 생각정리

행복한 시지프 2023. 2. 15. 02:51

그간의 회사생활

  • 입사하고 7주가 지났다. 7주동안 54개의 PR을 올렸다. 진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하루종일 문제를 풀었다.
  • 현재 신규회원을 모으기 위한 서비스를 만들고 있다. 도메인은 정해져 있지 않고, 신규 회원을 모을 수 있다면 어떤 일이든 한다. 그러다보니 아이디에이션에도 많이 참여한다.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기분이다. 토스는 수백개의 스타트업이 모인 조직이라고 들었는데, 진짜다. 각각의 팀이 스타트업 형태로 일한다. 그러면서 공동의 목표를 공유한다. 승건님이 말씀하시는 피자 두판의 법칙이란게 있는데, 한 팀의 인원이 8명이 넘으면 비효율, 불통이 생긴다는 것이다. 토스는 이런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 조직을 나누고 나눠서, 소규모 스타트업 형태로 운영한다. 매력적이다.
  • 데이터 기반 사고가 재밌다. Growth Hacker 직무에 관심이 생긴다. 언젠가 타파해보고 싶다.
  • 토스에 신입 개발자는 정말 적다. 경력이 있다는 것이 당연하게 인식되는 분위기이다. 전 회사와 비교했을 때 어떤가 하는 질문을 자연스레 받게 되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어떻게 보면 좋고, 어떻게 보면 아쉽다. 경력의 유무에 상관없이 일이 주어지고, 그만큼의 역량을 요구받는다. 그러니까 매일매일 나의 한계치를 건드리며 일을 한다. 7주동안 수십번의 한계에 마주했다. 사람은 Comfort zone에서 벗어나야 성장한다고 하는데, 매일매일이 uncomfort 하다. 풀어야할 문제가 uncomfort zone에 있거나, 문제가 comfort하다면, deadline이 uncomfort하다.

개발에 대한 생각

  • 프론트엔드 개발자는 본질적으로 개발자이고, 개발자에게는 결국 문제해결 능력이 제일 중요하다. 개발자의 문제해결능력은 알고리즘, CS에 대한 이해, 서비스와 데이터에 대한 이해에서 나온다. 네이버, 카카오는 현업 실력이 부족해도, 알고리즘과 CS로만 뽑아간다고 하는데, 그 이유를 납득하지 못 했었다. 이제 조금 알겠다. 알고리즘과 CS만 잘하면, React라거니, Spring이라거니 하는것들은 따라오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 이렇게 보면 회사의 전략은 2가지이다. CS와 알고리즘 만으로 채용하기(소위 대기업형), 실무 능력을 보고 채용하기(소위 스타트업형). 시간 변화에 따른 실력 변화를 그래프로 표현해보면 아래와 같을 것이다. 지금 생각으로는 두 그래프의 접점의 x좌표는 1년 정도 될 것 같다. 즉, 스타트업형 인재가 1년 동안은 더 좋은 실력을 발휘할 터이고, 1년 정도 후에는 대기업형 인재가 스타트업형 인재의 실력을 뛰어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대기업형 회사는 평균 근속 년수가 기니 해당 전략이 효과적인 것이고, 6개월이고 1년이고 온보딩만 할 수 있는 것이다. 스타트업형 회사는 평균 근속 년도가 짧으니 해당 전략이 효과적인 것이고, 바로 실무에 투입하는 것이다.

 

  • 그렇지만 위에 언급한 스타트업형의 실무 역량에 더해서 어떠한 역량이 더해지면 접점은 영원히 생기지 않을 수 있다. 그것은 스스로 동기부여 하는 능력이다. 스스로 동기부여하는 자는 끝없이 학습하고, 부족한 점을 채워갈 것이다. 토스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중 하나이다. 스스로 동기부여하는 자와 그렇지 않은 자의 미래 가치 차이는 엄청나다. 나는 스타트업형 인재로 토스에 입사했지만, 스스로 동기부여할 수 있고, 단지 초반에만 빛나는 사람으로 머물지 않을 것이다.
  • 최근에 CS와 알고리즘에 대한 학습 의지가 생겼다. 현업의 문제를 풀기 위해서, 빠르게 풀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역량이라고 느꼈다. 그래서 최근에 알고리즘과 자료구조 학습을 시작했다. 취업을 위해 이것들을 학습하는 것은 싫었고, 공부 동기를 느끼지 못 했었다. 이제 이유를 알고 공부하니 재미가 있다. 현업에 필요한 역량들 위주로 채워나갈 것이다. 스택, 큐, 정렬, 탐색, 구현문제 위주일 것이다.
  • 생각보다 기술적인 성장은 어렵다. 토스는 서비스 위주의 회사고 속도와 효율성이 정말 중요하다. 그래서 개발자의 효율을 위해 일하는 생산성팀, devOps팀이 존재하고, 이쪽에서 사내 라이브러리와 인프라 환경을 모두 구축해준다. 사일로 개발자는 이를 활용해서 빠르게 구현만 하면 되는 것이다. 개발이 편해서, 빠르게 서비스를 검증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개인적으로 기술적인 성장이 어려울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기술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스스로 구현체를 뜯어보고, 라이브러리에 기여하며 따라가는 수밖에 없다.
  • 토스에서 일하다보면 자동으로 키워지는 역량은 무엇일까? 자동으로 키워지는 역량은, 속도, 클린코드, 구현 능력, 꼼꼼함, 서비스와 개발의 접목, 린 스타트업 전략에 대한 이해, 데이터 기반 결정 정도인 것 같고, 채우기 힘든 역량은 프론트엔드 기술에 대한 깊은 이해, 모듈의 인터페이스 설계 등이 있다. 토스에서 일하면서 나의 미래를 더 그려보고, 학습의 중점을 확고히 해야겠다. 현재는 진성 개발자의 길을 걸을지, 리더십 있는 개발자의 길을 걸을지, 기획자의 길을 걸을지 고민 중이다. 일단 근 1년간은 프론트엔드와 개발 자체를 잘하기 위한 학습을 할 것이다.

서비스에 대한 생각

  • 토스가 은행들과 경쟁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보면, 지향하는 바가 달랐다. 토스는 금융 회사의 플랫폼이 되고자 하는 것이었다. 시중 은행은 자사 제품을 만드느라 노력을 기울이겠지만, 토스는 이 제품들을 한 데 모아서 보여주는 플랫폼을 지향한다. 이렇게 봤을 때 사업이 더 매력적이게 느껴졌다. 여전히 이 사업이 힘들고 어려운 길임은 확실하다.
  • 서비스를 만듦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이것은 시간을 어디에 많이 써야할까 라는 질문에 대한 답과 같다. 내 생각에 프론트엔드 개발자에게는 개발은 아닌 것 같다. 프론트엔드는 확장성이 떨어져도 대응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는다. 그렇지만 클린코드는 중요하다. 기능을 추가하려면 내가/남이 이전에 짠 코드를 읽어야하는데, 보통 이를 위해 시간을 다 보낸다. 코드 짜는 것은 어렵지 않다. 클린 코드가 몸에 베어있다면, 크게 오래걸리는 작업이 아니라고 본다. 그래서 우리 팀은 진짜 빠르게 개발하고 배포한다. 그러다보니 최대한 빠르게, 일정 수준 이상의 클린 코드를 지키기 위한 개발을 잘 하게 된다.
  • 프론트엔드에서 Logging이 진짜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해당 화면에 들어오는 사람은 몇명인지, 다음 화면까지 넘어가는 비율은 어떻게 되는지, 해당 버튼을 클릭하는 사람은 얼마나 되는지, 리텐션은 얼마나 되는지 등의 정보는 서비스를 개발함에 있어서 사실상 가장 중요한 정보이다. 이것을 알아야, 서비스가 얼마나 잘 되고 있는지, 개선해야할 지표는 무엇인지 판단할 수 있다. 그렇게 서비스는 성장할 수 있는 것이다. 왜 로깅의 중요성을 이제 처음 알게 되었을까? 왜 아무도 중요성을 말하지 않는걸까. 로깅을 통한 데이터 분석, 그로스 해킹을 가장 잘 하는 회사는 단연 토스이다. 이 부분에서 압도적인 실력을 키우고 싶다.
  • 서비스를 잘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다. 서비스를 잘 만든다는 건 정말 많은 의미를 가진다. 아이디어, 시장조사, 실행력, 인사관리, 데이터 분석 등. 현재는 데이터 분석을 잘 하고 싶다. 로깅을 통한 데이터 수집, 각 지표 분석, 지표 개선의 우선순위 설정(일반적으로 Retention → Activation → Acquisition), 특정 지표 해킹을 위한 아이디에이션. 이 과정이 굉장히 흥미롭고, 잘 하고 싶은 분야이다.

삶에 대한 생각

  • 삶의 90%가 일에 집중되어 있다. 평일 5일은 100% 일에 붓고, 주말은 일을 더 잘하기 위한 공부를 조금 한다. 주말에는 Life를 좀 챙길 필요가 있어 보인다. 누워있거나, 술 먹거나 허송세월 보내기보다 뭐라고 배우고 건강한 취미를 가지는게 좋겠다. 운동 하나, 음악 하나 하고 싶다. 빠른 시일 내에 실행해보겠다.
  • 나는 새로운 집단에 들어가면,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고 싶어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최대한 눈에 띄지 않고, 정상적인, 보편적인 사람이 되려고 굉장히 열심히 노력한다. 아직 상대방의 생각이 측정되지 않은 상태로 나를 드러내는 것을 두려워 한다. 그래서 할 수 있는 말/행동 중에 가장 일반적인 형태를 택한다. 안 좋다고 할 순 없지만, 왜 이런 행동양식을 가지게 되었는지 궁금하다. 음.. 사람들의 차가운 반응을 두려워 하는 것 같다. 그걸 회피하기 위한 자기방어이지 않을까. 이 부분에 대해 더 고민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