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래머
저는 온전한 자기 의지로 프로그래밍을 시작했다고 생각합니다. 나라는 사람은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잘하는지, 수년간 고민한 결과로 내린 결론이기 때문입니다.
선한 영향력
지금의 시점에서 과거를 충분히 반추한 후 내린 결론입니다만, 저는 어릴 적부터 제가 가진 능력으로 남을 도와주는 것에서 아주 큰 보람을 느꼈습니다. 이는 어떠한 보상 없이도 스스로를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이었습니다. 가령, 게임에서 퀘스트를 깨는 방법에 대한 블로그 글을 쓰기도 하고, 네이버 지식인에서 모르는 이들에게 답글을 달아주기도 하였습니다. 그리고 진로를 고민해봐야 할 나이가 되었을 때에는 정치인이 되리라 다짐했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공적인 일만이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경세제민 즉, 세상을 경영하고 백성을 구제하는 학문인 경제학을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경제학도
냉철한 머리와 따듯한 가슴을 요구하는 경제학은 매력적인 학문이었습니다. 수학과 인문학을 좋아했던 저를 사로잡기에 충분했습니다. 그렇게 몇년간 경제학을 탐구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이때를 돌아보면 틈틈이 선한 영향력을 놓치지 않았습니다. 주위 친구들에게 경제학을 알려주는 등 제가 가진 능력으로 가치를 실현하고자 했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직업을 선택해야 할 나이가 되었지만, 시원하게 직업을 결정하지 못 했습니다. 경제가 가진 무언가 미심쩍은 부분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이유는 바로 경제의 불가항력 때문입니다. 최근 우리나라 금리가 상승하고 있습니다. 이는 미국이라는 불가항력이 작용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이를 저항하면 일본의 엔화 가치 폭락 같은 결과를 맞을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이처럼 거대한 힘 아래에서의 행위는 제 기준에서 영향력 있는 행동이 아니라는 생각에 이릅니다. 이후 경제 분야 진로를 고민하기 시작합니다.
시지프 신화
저는 삶에 고민이 있을 때에 책에 기대는 경향이 있습니다. 모든 것을 제쳐두고, 독서에 몰두하는 시간을 보냅니다. 이때 운명 같은 책을 읽게 됩니다. 바로 시지프 신화라는 책입니다. 이 책에서 많은 이야기를 하지만, 제가 빠졌던 부분은 "창조"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알베르 카뮈는 현재를 사는 방법으로 창조를 언급합니다. 현재를 산다는 것은 과거를 후회하지 않고, 미래만 바라보고 살지 않으며, 지금 이 순간 자체를 즐기고 몰두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예시를 하나 들어보겠습니다. 어릴 때에 흙으로 모래성을 쌓아본 경험이 있을 것입니다. 지금 쌓고 있는 모래성이 영원하지 않을 것임을 압니다. 하지만 이 일 자체가 굉장히 즐겁습니다. 이처럼 창조는 어떤 이유 없이도 그 순간에 몰입할 수 있도록 만듭니다. 그러고 제가 순간을 온전히 즐기며 몰입했던 때는 언제인가 고민해보았습니다. 신입생 시절 공연을 준비할 때, 나만의 논문을 적었을 때 등의 창조했던 순간이 떠올랐습니다. 그때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몇 달을 보냈었습니다. 그렇게 저는 창조와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일을 하고자 다짐합니다.
프로그래머
창조와 선한 영향력을 동시에 발휘할 수 있는 일은 많습니다. 개그맨, PD, 작가, 연구원 등 다양한 직업이 있을 수 있겠지요. 저 목표를 충족시켜줄 수 있다면, 어떠한 일이든 무방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다면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 옳은 방향이겠지요. 경제학을 공부하며 몇 번의 프로그래밍을 해보았습니다. 이 경험을 통해 프로그래밍을 잘 해낼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기에, 개발자의 길을 걷기로 선택했습니다.
정리하자면, 저는 창조하고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삶을 살아가기 위해 개발자가 되기로 다짐하였습니다. 창조하는 삶을 살며 현재를 즐기고 몰입할 수 있는 삶을 살아갈 것입니다. 창조의 결과가 선한 영향력이 될 수 있도록 삶을 살아갈 것입니다. 개발이란 실은 저의 가치를 실현하는 도구일 뿐입니다. 이 도끼가 얼만큼 좋은 도끼인지 확신할 수는 없습니다. 또한 제가 패고자 하는 장작도 어떠한 형태인지 아직도 선명하지 않습니다. 가령 제가 바라는 선한 영향력이 너비우선인지, 깊이우선인지 모르겠습니다. 다수의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것도 보람차고, 소수의 사람에게 깊이있는 영향력을 미치는 것도 보람찹니다. 그렇지만 확실한 것은, IT 서비스 개발자는 창조와 선한 영향력을 가능케한다는 것입니다. 현재까지의 결론으로는 알맞은 길을 걸어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개발자의 길을 살아가며 꾸준히, 고민하고 주도적으로 행동하며 스스로를 온전히 실현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할 것입니다.
'Writing > 삶에 대한 생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왜 사람마다 생각의 양과 질에서 차이가 나는가? (4) | 2024.02.18 |
---|---|
세상을 보는 창 (3) | 2024.01.09 |
토스 입사 후 7주간의 생활과 생각정리 (10) | 2023.02.15 |
토스 & 우아한형제들 합격, 회사 선택 이유와 앞으로의 목표 (7) | 2022.12.15 |
크루들과 나눈 우아한 대화 #1 (React rendering, commit phase, memo) (0) | 2022.05.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