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224
영하 10도를 넘어가는 추위 속에서 생각했다. ‘옛날 사람들은 정말 불행했겠구나.’ 따뜻한 패딩을 입고 있어도 이리도 추워 삶의 의지가 잠깐 사라져버리는데, 그들은 어떠했겠는가. 문명의 발전에 감사했고, 현 시대에 살아감에 충분함을 느꼈다.
오늘은 문득, 우리 삶에서 유용하다고 할 만한 물건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단연, 스마트폰과 무선이어폰이 포함될 것이다. 마스크와 이어폰이 충돌하지 않게끔 해준 무선이어폰의 발명이 새삼 즐겁게 다가왔다. 그러면서, ‘당연하게’ 에어팟을 끼고 ‘당연하게’ 따뜻한 패딩을 주워 입고 밖으로 나왔다. 사실 그것들의 존재를 온전히 느끼지 못 하고 있었다. “부재가 더욱 존재다.”라는 말을 참 좋아한다. 존재는 존재를 느끼게 하지 않는다. 부재가 존재를 느끼게 한다.
우리는 과연 무선이어폰과 패딩과 함께 행복해졌을까? 정말로 ‘옛날 사람들’은 불행했을까?
이론경제학(주류경제학)에서 효용(Utility)은 단조성(Monotonicity)을 따른다. 쉽게 표현하면 “The more, the better”이다. 또한 효용은 다양성을 충족한다. 재화를 다양하게 가질수록 좋다는 의미이다. 비주류경제학이라고 불리는 행동경제학에서는 기준점 효과(Anchoring Effect)라는 용어가 자주 쓰인다. 이는 주류경제학(이론경제학)에서 주장하는 바와 차이를 보인다. 0을 기준으로 절대적으로 더 많이 가졌느냐가 행복(효용)에 영향을 미치기보다, 어떤 기준을 중심으로 상대적으로 더 많이 가지게 되었느냐가 행복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어제 3개를 가졌지만 오늘 5개를 가지게 되면 행복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일정 시간이 흐르고 다시 5개가 기준이 된다. 남들이 50개를 가졌지만, 본인이 30개를 가지면 불행하다는 것이다. 옛날엔 초가집을 기준이었고, 기와집을 우러러 보았다. 채소만을 먹으며, 흰쌀밥을 우러러 보았다. 현재는 30평 아파트를 기준으로 50평 아파트를 우러러 본다. 삼겹살을 먹으며, 스테이크를 우러러 보게 되었다. 현재가 더 불행해졌다는 비관적인 이야기를 하고 싶진 않다. 그게 사실일 수도 있지만, 지금까지의 논리로는 우리는 옛날과 달라진 게 없다.
행동경제학에서 기준점 효과라는 단어는, 생물학에서는 진화론에 해당할 것이다. 현재를 기준으로 적응한다는 이론이 진화론이다. 추위를 견딜 수 없다면, 털이 많은 사람만이 살아남고, 수 만년이 지나면 털이 많은 사람이 평범해질 것이다. 또는 동굴로 들어가거나, 남쪽으로 내려올 수 있었던 사람만이 살아남았을 것이다. 인간은 동물이다. 동물은 옷을 입지 않지만, 털을 입었다. 또는 그것만으로 견딜 수 없다면 겨울잠을 자도록 적응한다. 프로메테우스는 인간에게 불을 전해준다. 모닥불을 피우고, 온돌을 만들고, 추위를 견딜 수 있게 된다. 현재는 패딩과 콘크리트벽과 함께 한다. 우리는 옛날과 달라진 게 없다.
그렇다고 달라진 게 없다고 해서, 현 시대에 문명과 멀리 하고, 수렵 채집 생활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면 내용의 핵심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모두가 문명생활을 하는 것이 기준점이다. 이러한 상황을 받아들이고, 어떻게 개인적인 행복을 찾을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문명이 발전한다고 해서, 상황이 변화한다고 해서 행복감이 변하지 않는다. 그렇게 단순하지 않은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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