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부한 말은 왜 진부해졌을까. 너무나 유명해서, 닳게 들으면 그 말은 진부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진부한 만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중요하지 않았다면 이야기가 들리지 않았을 터이고, 그 말은 새로이 느껴질 것이다. 오늘은 스티브 잡스가 스탠포드 대학교 졸업 연설에서 남긴 유명한 말, “Connecting the dots” 에 대해서 깊이 들여다보려 한다. 잡스가 이 말을 통해 무엇을 전달하고 싶었을까. Connecting the dots 는 경험의 연결을 의미하는데, 연설을 들어보면 잡스는 2가지를 강조하고 싶어하는 것으로 보인다. 경험의 예측 불가능성과, 내면의 소리는 따르는 것. 잡스의 생애를 통해, 이 말을 더 깊이 이해해볼 수 있다.
잡스는 남들이 볼 때, 일반적이지 않은 삶을 살아왔다. 1학년 1학기를 마치고 대학교를 중퇴했으며, 30살에 자신이 설립한 회사에서 쫓겨나기도 했다. 주변에 모두가 대학을 다니는데, 혼자 자퇴를 하는 기분은 어떤 기분일까. 잡스는 자퇴생으로서 마음이 불안했다고 한다. 등록금이 없고, 학교가 도움이 되지 않아서 자퇴했으나, 이후 18개월간 수업을 청강하며 지냈다. 그때 들었던 수업 중 하나가 그 유명한 캘리그래피 강의이다. 이는 애플의 세련된 폰트 스타일을 만들어낸 계기가 되었다. 이 일화가 누군가에게는 진부한 일화로 들릴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주목하고 싶은 부분은, “자퇴 이후의 불안” 이다. 과연 그가 자퇴할 적에, 불안에 떨던 그때, 이 선택이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을 알았을까.
또한 잡스는 30살에 자신이 설립한 애플에서 쫓겨나게 되었다. 자신이 설립한 회사에서 쫓겨난 기분은 어떨까. 잡스는 자신이 실패했다고 느꼈다고 한다. 하지만 그렇게 낙담하는 경험을 하면서도, 자신은 그 일을 계속 하고 싶었음을 깨달았다고 한다. 직장을 잃어보니, 그 일에 대한 사랑을 재확인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면서 애플의 코어 기술의 원천인 NeXT 를 창업할 수 있었다. 또한 Pixar 를 창업하면서 얻은 경험도 삶에서 매우 주요하게 작용했을 것이다. 더하여, 그 기간에 사랑하는 와이프까지 얻게 되었다. 이 또한 유명한 일화이다. 내가 주목하고 싶은 부분은 “해고 이후의 상실감” 이다. 과연 그가 회사에서 쫓겨났을 때, 상실감이 컸던 그때, 이것이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을 알았을까.
두 사건 모두, 그 순간에는 그러지 않았다면 더 좋았으리라 생각할 수 있다. 등록금이 충분하여 자퇴하지 않는게 좋다고, 그리고 CEO 자리에서 쫓겨나지 않는게 좋다고 생각할 만 하다. 하지만 그 결과로 만들어진 점들이 서로 연결되어 삶에서 매우 주요한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불안하고 상실감을 주는 “불운한” 일이 없었더라면, 이루기 힘들었을지도 모르는 결과를 만들게 된 것이다. 이것이 경험의 예측 불가능성이다. 잡스는 연설에서 이와 같이 말했다. “You can’t connect the dots looking forward. You can only connect them looking backwards.” 경험이 진행중일 때는, 이 경험이 미래에 어떻게 작용할지 알 수 없다. 시간이 10여년 지나고 돌아다봐야만 점들의 연결을 이해할 수 있다.
그럼 대체 우리는 이 순간을 살아갈 때, 어떤 스탠스를 취해야 하는가? 순탄한 길과 도전의 길을 고민할 때 어떻게 결정해야 할까? 잡스는 “Follow my heart”를 이야기 한다. 현실적으로 심장을 따르기엔, 두려운 요소가 너무 많다. 실패에 대한 걱정, 무용할 것에 대한 걱정 등. 잡스는 이렇게 말한다. “Believing that the dots will connect down the road will give the confidence to follow your heart” 점들이 연결될 것이라는 믿음이 곧 내 심장을 따를 용기를 가져다준다. 잡스가 Connecting the dots 를 말하며, 궁극적으로 현재의 청년들에게 하고싶었던 이야기는, “Follow my heart” 라고 생각한다. 그것이 불안하겠지만, Connecting the dots 를 생각한다면, 불안해하지 않아도 괜찮고, 심장을 따라도 괜찮다는 말을 해주고 싶었으리라.
정리하자면, 잡스는 Connecting the dots 라는 말로서 졸업생들에게, 경험이란 미래에 어떻게 작용할지 예측 불가능하므로, 언젠가 이것들이 연결될 것임을 믿고, 그저 내면의 소리를 따르라고 말하고 싶었던 것이다. 이 연설은 나에게도 큰 울림을 주었다. 내가 찍어온 점들을 돌아보니, 모두 심장을 따른 결과였다. 당시에는 의심하기도 했고, 불안하기도 했지만, 그것들은 현재 나의 삶에 각각, 또는 서로 연결되어 좋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느낀다. 이를 돌아보고 나니, 미래를 더 뜨겁게 살아갈 용기가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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