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높은 지능을 가지기 때문에, 자연스레 무엇이 이득인지 판단하고 그에 맞게 행동한다. 그 결정은 휴리스틱에 기반한 경우가 많다. 휴리스틱은 직관에 의한 결정을 말한다. 이것 덕분에 인간은 빠른 의사결정을 통해 위험을 피하고, 불필요한 의사결정 비용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주변에서 이득을 잘못 판단하는 경우가 매우 많다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경제학에서 정의하는 비용-편익 분석 모델로 분석해보면, 적절한 판단인지 의구심이 들 때가 많다.
군대에서 한 친구와 나눴던 대화가 기억난다. 내가 이렇게 말했다. “매일 공부를 5시간 하고 유명 대학에 가는 것과, 매일 공부를 10시간 하고 상대적으로 덜 유명한 대학교에 가는 것, 둘 중 하나를 택하라면 나는 후자를 택할거야” 이 말에 친구는 왜 둘 다 손해인 것을 선택 하느냐고 했다. 그 당시 나는 삶에서 노력해본 경험이 가장 중요하다고 보았고, 학벌을 버리더라도 노력해본 경험을 택할 수 있다면, 그게 비용-편익 관점에서 이득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그가 둘 다 손해라고 보는 관점을 이해하지 못한 것은 아니나, 의사결정 모델에서 결함을 보이고 있다고 생각했다.
비용-편익을 판단할 때, 인간이 범하기 쉬운 오류가 몇가지 있다고 생각한다. 오늘은 두 가지를 언급하고자 한다. 첫 번째는 내재적 가치 무시 오류이다. 인간은 수치화 가능한 결과를 기준으로 판단하는 경향이 있고, 드러나지 않는 내재적 가치는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수치화 불가능한 것들에는, 인간관계의 신뢰 형성, 역량 성장, 자아 실현 등이 있다. 내가 경제적으로 손해보더라도, 소중한 관계에서의 신뢰를 그 이상 얻어낼 수 있다면 그것은 합리적인 것이다. 대학교 팀플에서 내가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고, 내가 더 많이 성장할 수 있다면 내가 이득인 것이다. 내가 가진 지위와 경제력을 다 내려놓고 자아를 실현할 수 있다면 그게 진정한 이득인 것이다.
이를 제대로 판단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어떤 내재적 가치를 중시하는지 이해하고, 그것의 가치가 얼마인지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신에게 인간관계란 굉장히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관계의 소중함이 공기처럼 느껴져 제대로 인지하지 못 한다면, 그 이후의 의사결정 또한 오류가 있을 것이다. 또한, 사회적 통념에 의해서 자신이 가진 꿈의 가치를 평가절하 한다면, 그 이후의 의사결정 또한 오류로 가득찰 것이다.
두 번째로 언급할 오류는, 위험회피 성향으로 인한 비용-편익 계산 오류이다. 위험회피 성향은 인간에게 보편적으로 관찰되는 특징이다. 이는 진화심리적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수렵채집 시대에 위험회피 성향이 아니었던 우리의 조상들은 대가 끊겼을 것이다. 숲속에서 바스락 거리는 소리를 듣고 위험이라고 인지하지 않고 단지 바람이 불었기 때문이라고 판단한 조상들의 최후는 쉽게 예측할 만 하다. 그렇게 현대인은 일부 돌연변이를 제외하고는 위험회피 성향을 기본적으로 탑재하고 살아간다. 그래서 50% 확률로 200 또는 100을 얻는 상황보다(E(U) = 150), 확실한 125를 더 선호하기도 한다.
그런 측면에서, 위험회피 성향 자체를 부정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우리 뇌가 위험에 대해 과대평가 하고 있다는 사실을 메타인지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 더하여, 현대의 위험 수위는 선대에 존재했던 위험 수위에 비해 극도로 낮음에도, 우리 뇌는 무조건 도전을 피하라고 명령한다는 사실을 메타인지 하는 것이 중요함을 말하고 싶다. 무작정 기대효용에 따라, 비용-편익을 계산하여 결정하라고 말하고 싶진 않다. 이것은 인간이란 존재를 망각하는 일이니. 단지 기대효용(E(U) = 150) 과, 확실성 등가(U=125)를 비교하는 과정에서, 확실성 등가를 너무 과소평가 하지 않았으면 한다.
나는 이런 의사결정 오류를 너무나 많이 관찰한다. 내 속에서도 그렇고, 타인에게서도 그렇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도 자신의 의사결정 모델을 점검하고, 진실로 이득인 것을 찾아나갔으면 한다. 그 시작은 자아에 대한 탐구여야만 한다.
'Writing > 삶에 대한 생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타니식 성장 (0) | 2024.12.05 |
---|---|
진부한 만큼 중요한 말 : Connecting the dots (0) | 2024.11.20 |
학문을 대하는 바람직한 자세 (4) | 2024.10.11 |
네 석공 이야기 (0) | 2024.08.17 |
Optimality 만큼이나, Approximation 이 중요하다. (1) | 2024.06.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