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계발을 좋아하는 이에게, 성장이라는 키워드는 매우 중요하다. 더 나은 인간이 되고자 하고, 자아를 실현하고자 하는 욕구는 굉장히 고상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종종 무분별하게 성장을 추구하는 이들을 마주한다. 성장을 어떻게 정의하고, 어떻게 측정할 것이냐에 따라서 성장의 진정한 의미가 사뭇 퇴색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단기적인 선형적 성장을 추구하는 순간, 성장의 본질적 의미를 상실할 수 있다.
선형적 성장이란, input 한단위 증가에 따라, 일정한 output 이 보장되는 성장을 의미한다. 경제학을 잘하기 위해서, 경제학 책을 읽는 행위는, 선형적 성장에 가까울 것이다. 경제학 책 1권은, 1권 만큼의 지식을 가져다주고, 딱 그만큼 나는 성장해있을 것이다.
선형적 성장의 반대 개념은 다차원적 성장이다. 단지 2차원에서의 성장이 아니라, 차원이 다른, 여러 차원에서의 성장을 의미한다. 경제학을 잘 하기 위해서, 수학과 영어를 공부하는 것이 이에 해당할 것이다. 장기적으로 경제학을 잘 하기 위해서, 선형대수학, 미적분학 등의 이론과 테크닉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는 단기적으로 경제를 잘해진다는 느낌을 선형적으로 얻기 어려울 것이다. 또한 학문을 함에 있어서 영어를 잘하는 것도 장기적으로 유리할 것이다. 하지만, 단기적으로 성장한다는 느낌을 받지 못할 수 있다. 그렇지만 장기적으로는, 선형성만으로는 절대 얻을 수 없는 엄청난 성장을 얻을 수 있다.
선형적 성장은 절대적으로 나쁘고, 다차원적 성장이 절대적으로 좋은 것은 당연히 아니다. 때에 따라 다른 성장이 요구된다. 적어도 나는, 가장 훌륭한 경제학자가 한 평생 경제학만 해온 사람이 아닐 거라고 확신한다. 가장 훌륭한 교육자는, 곧바로 사범대에 진학하여 선생님이 되길 꿈꾸며 선형적으로 성장해온 이가 아닐 것이라고 확신한다.
몇 년 전, 오타니가 야구계에서 성공하면서, 오타니가 고등학생 시절 그렸던 만다라트가 화제였다. 오타니는 최고의 투수가 되기 위해서, 단지 매순간 투구만을 하지는 않았다. 오타니는 스쿼트, 독서, 부실 청소까지 만다라트 계획표에 써두었다.
우리가 진정 주목해야 하는 것은, 오타니의 성취 결과가 아니다. 과정의 불안을 진정 이해해야 한다. 동료들은 매순간 투구를 연습하고 있는데, 혼자 헬스장에서 스쿼트를 하고 있는 자의 불안을 이해해야 한다. 주변 경제학도들은 모두 경제만을 공부하며 지식을 늘리고 있는데, 혼자 수학을 공부하고 있는 자의 불안을 이해해야 한다. 그것을 견디기 어렵기 때문에, 많은 이들이 단기적 선형적 성장을 추구하는 것이다. 과연 내가 성장하고 있는지 매순간 의심하면서 말이다.
이런 복잡한 상황에서, 어떻게 좋은 의사결정을 할 것인가? 매 상황이 변할 때마다 다이나믹하게, 의사결정 구조를 변경해도 좋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내가 제안하는 Rule of thumb 는 바로 Follow my heart 이다. 이 전략이 언제나 옳으리라 증명할 수는 없다. 대신 성장에 대한 불안을 느끼지 않고,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다. 그러면서 언젠가 관련 없어 보이는 점들이 연결되며(Connecting the dots), 다차원적 성장을 이루어낼 확률이 높다. 이는 믿음의 영역이며, 경험의 귀납으로나마 입증될 수밖에 없다. 그것을 경험한 이는 다차원적 성장의 대단함을 알고, 불안감을 느끼지 않으며 자신의 심장을 따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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