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122
다짐한다.
실패한다.
다짐을 이루지 못한 자신을 뉘우친다.
더 강한 다짐을 해야겠다고 다짐한다.
또 다시 다짐한다.
또 실패한다.
또 뉘우친다.
이렇게 수년을 살아왔다. 이상으로 가고자 하는 다짐이 수천번 있었는데, 현재의 나는 이상에 얼마나 더 가까이 왔는가. 매일매일 다짐하면 언젠가 이루어낼 수 있으리라 생각했건만, 돌아보니 그게 아니었다. 중요한건 의식적 다짐이 아니었다. ‘부지런히 살아야지’, ‘긍정적으로 살아야지’, ‘상처주지 말아야지’ ‘허리 펴야지’, ‘쿨해져야지’, ‘단단해져야지’, ‘오늘을 살아야지’. 이것들은 아무 짝에 쓸모없다. 그 자체로 어떠한 힘도 갖지 못 한다. 우린 독백체로 스스로에게 주문 내릴 것이 아니라, ‘왜’ 와 ‘어떻게’에 주목해야 한다. 자신에게 주문 내리는 것만으로 삶이 변화될 수 있었다면, 세계는 이렇게 돌아가지 않겠지. 나는 이렇게 살고 있지 않겠지.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오늘을 살자’, ‘오늘을 살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왜 오늘을 살지 못 하고 있는가?’에 답하며 근본적 이유를 탐색하고, ‘어떻게 하면 오늘을 살 수 있을까?’에 답하며 방법론을 강구하는 것이다. 난 이 과정을 수학문제에 비유하는 것을 좋아한다. 어려운 수학문제를 풀 때, 우리는 꼭 종이와 연필을 사용한다. 왜냐하면 쓰는 행위 없이, 즉 가시화하는 과정 없이, 단지 머릿속에서 전개하는 것만으로 절대 어려운 수학문제를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겨우 수학문제 따위는 이렇게 성의 있게 해결해 나가면서, 신기하게도 삶의 문제에 무성의한 모습을 보일 때가 많다. 나의 현 상태가 ’왜‘ 이런지,’어떻게‘ 하면 변화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과정은 절대 머릿속의 암산만으로 헤쳐 나갈 수 없다. 다짐과 주문만으로도 당연히 이겨낼 수 없다. 머리를 싸매고 종이를 수십장, 수백장 쓰는 행위만이 왕도일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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